*대학생 AU

*원작과 연관X

 

 

 

 

 

  재작년의 쿠니미는 새내기였다. 스포츠 계열로 유명한 고등학교의 주전 선수 생활을 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스포츠 특기자 전형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교에 합격했다. 체육교육학과 14학번 쿠니미 아키라. 학년이 아닌 학번이 적혀있는 학생증을 처음 받았을 때의 그 미묘한 기분이란, 제아무리 감정변화가 적은 쿠니미라고 해도 그 때의 기억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체육계답게 과 MT도 거친 편이었고 선배들이 술도 엄청나게 먹였었지, 선배들이 먹이던 이상한 벌주를 생각하면 아직도 구역질이 나온다.

 

  작년의 쿠니미도 새내기였다. 선수와 교사로 대강 길이 갈리는 체육교육과에서 쿠니미는 선수생활도 체육교사로서의 생활도 영 관심이 없었다. 결국 자퇴 후 반수를 한 쿠니미는 경영학과를 택했다. 경영학과를 택한 이유도 단순했다. 쿠니미가 생각하기에 경영학과는 ‘나중에 적당히 뭐라도 되는 학과’였으니. 경영학과 15학번 쿠니미 아키라, 새로 발급 받은 학생증은 작년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설렜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분도 들었고, 남들보다 1년을 더 허비한 기분이 들었기에 나름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들었고. 같은 과에 자신과 같은 재수생 동기들도 꽤 있었기에 쿠니미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무리에 어울릴 수 있었다. 작년의 뼈아픈 경험을 생각하며 이번에는 과 MT도 불참했다.

 

  그리고 올해의 쿠니미도 새내기다. 작년 MT에 불참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고 지금의 쿠니미는 회상한다. 경영학과도 생각보다 큰 비전이 없어보였고 쿠니미는 결국 다 비슷한 거 그냥 공부하고 싶은 걸 공부해보겠노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철없다고 손가락할지는 몰라도 쿠니미는 처음으로 신중한 고민 끝에 학과를 결정했다. 그렇게 삼수 끝에 진학한 게 지금의 문예창작학과. 문예창작학과 16학번 쿠니미 아키라. 세 번째로 받은 학생증에는 이제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동기 중에 재수생은 제법 있었지만 삼수생은 쿠니미 하나, 그리고 20대 후반의 늦깎이 대학생이 하나. 무표정하고 붙임성이 없는 쿠니미는 자신을 불편해하는 선배와 동기들 사이에서 조용히 겉돌게 되었다.

 

  물론, 고작 아싸 생활이 불편해서 동기들과 술기운을 빌려 조금 친해져보자고 이 재미도 감동도 없이 술병만 나뒹구는 과 MT에 꾸역꾸역 참여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애초에 혼자 지내는 것이 더 편한 타입이고 아싸가 된다고 기죽을 타입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불편한 동기들 사이에 껴서 한참 동안 지하철을 타고 교외까지 나와 구석에서 홀로 술판을 바라보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이곳에는 카게야마가 있다.

 

  쿠니미는 둥글게 원을 만들고 주저앉아 술 게임을 하는 동기들을, 정확히는 그 안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팔 동작을 따라하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이런 곳이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은 카게야마도 마찬가지일텐데 왜 굳이 MT를 온 건지, 귀찮아도 일단 과 행사는 참여해야할 것만 같은 새내기의 부담이려나, 쿠니미는 이미 3년 사이에 그런 기분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가부좌를 하고 한쪽 무릎에 팔꿈치를 올려서 턱을 괸 쿠니미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카게야마와는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 둘은 그저 필수교양이나 전공필수 정도가 겹치고 그나마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사이였다. 거기다가 멋도 모르고 의욕이 앞서서 맨 앞자리에 앉는 카게야마, 그리고 적당히 딴 짓을 하기 위해 맨 뒷자리에 앉는 쿠니미, 누군지는 몰라도 뒤통수 엄청 동그랗네, 그에 대한 쿠니미의 첫 인상은 그 정도 였다.

 

  실기로 입학한 카게야마는 이른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녀석인 모양이었다. 표정은 사나운 주제에 하는 행동은 어벙하고 보아하니 사람 사귀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서툰 모양인데 그가 쓰는 글들은 하나같이 섬세하고 주옥같았다. 입으로 구사하는 단어는 유치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데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문장들은 다듬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풍부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재능이라는 게 진짜 존재하는 모양이구나, 과제용으로 제출하는 간단하고 짧은 글이었지만 그것들은 꽤 쿠니미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잘못된 길을 들어 넘쳐흘러버린 마음은 쿠니미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쿠니미는 지금 삼수생 팔자에 풋풋한 현역 신입생에게 절절한 짝사랑 중이었다.

 

  쿠니미 특유의 무기력한 성격에 좋아한다고 해서 특별히 적극적인 애정을 표현하거나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열정을 내포하고 있지 않는가. 전공필수에서 MT에 참가하냐는 여자 과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던 카게야마를 보고 홀린 듯이 쿠니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동기들과 뒤섞여 지하철을 탄 후 였다.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무의식중에 술기운을 빌려 카게야마와 얘기라도 해보려는 기대를 걸었던 걸까 혹은 9시 뉴스에 나올만한 사건이라도 저지르고 싶었던 걸까.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오빠는 술 게임 안하세요?”

 

  여자 동기 하나가 쪼르르 다가와 쿠니미에게 말을 걸었다. 제법 귀염상으로 생겨서 남자 동기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리던 아이다. 술기운에 발그레해진 볼로 헤실헤실 웃는 모습이 확실히 예쁘기는 했다. 쿠니미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술은 별로 안 좋아해서.”

  “아, 술 안 좋아하시는구나아. 저도 잘 못 마셔서 이제 그만 마시려구요.”

 

  누가 물어봤니, 뒤의 말은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귀찮아서 관두었다.

 

  “저랑 얘기해요! 술자리도 잘 안 나오시고 수업에서만 가끔 보고, 그래서 좀 궁금했어요!”

 

  수다 떠는 데에 취미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아이의 눈빛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오빠 제 이름은 알아요? 전 요코하마 쪽에서 왔는데요, 쿠니미는 살짝 혀 꼬인 목소리로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여자아이에게 고개만 끄덕여주며 듣고 있는 척 제스처만 취했다.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찾아와놓고 점점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모습에 쿠니미는 조금 피곤해졌다. 저쪽에서 슬금슬금 째려보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몇몇 남학우들이라면 이 아이의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쿠니미의 관심은 이미 한쪽에만 온전히 고정되어있었다. 그렇게 부러우면 와서 좀 데려가주면 좋을 텐데,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할 마음은 없으면서 애꿎은 사람만 노려보는 시선들이 성가셨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이지 못하는 것은 비슷한 처지였지만, 그래도 최소한 삼수생이 풋풋한 현역 새내기, 그것도 남학생을 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네가 동갑의 여자아이였다면, 좀 더 친해질 수 있었을까. 쿠니미는 연거푸 술을 마셔 목까지 새빨개진 카게야마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적어도 그 상태라면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용기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겠지, 슬쩍 옆자리에 앉아 흑기사를 자청하거나 자연스럽게 말을 걸거나. 카게야마가 금방 픽 쓰러진다고 해도 자신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지는 영 미지수였다. 멀리서 그 아이에게 닿는 손길들을 부러워하기만 하겠지.

 

  “야, 형 괴롭히지 말고 정신 차려. 취했냐.”

 

  따가운 시선을 보내던 무리 중의 한 명이 쿠니미 옆의 여자아이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다가왔다. 운동부 출신인 쿠니미 보다도 키가 큰 남자 동기, 말수는 적지만 꼬박꼬박 인사를 해서 쿠니미도 누군지 아는 녀석이었다.

 

  “아니거든!”

  “얘 취하면 막 붙잡고 수다 떨려고 하거든요.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과연 주사였던가, 나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여자아이를 달래서 함께 나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이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방 안은 갑자기 더 소란스러워졌다. MT 날 나란히 바람을 쐬러 나가는 것의 의미 정도는 쿠니미도 잘 알고 있다. 방 한복판에 선 과대가 오버스러운 액션과 함께 첫 CC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귀여운 여학우를 차지하는 용기 있는 자는 저 녀석이 된 모양이다.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괜한 노파심에 쿠니미도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런 이유보다야 술 냄새가 자욱한 방 안이 불편하기도 했고, 기분이 답답하기도 했다는 것이 더 크기는 했지만.

 

  미닫이 식의 문을 닫고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고 나왔다. 물 좋고 공기 좋은 MT촌이라 그런지 별도 많고, 아래층의 방에는 다른 학교가 MT를 와 있어서 여전히 왁자지껄했다. 쿠니미는 소음을 음악 삼아 저녁에 고기를 구워먹은 자리에 대충 앉아서 별을 감상했다. 낮에 어울려 피구를 하던 아래층 마당에 아까 나간 두 명이 보였다. 한구석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인데 아마도 잘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금은 부러웠다.

 

  미친 척 하고 카게야마의 옆자리에 주저앉아서 술이나 같이 마실걸. 어울려 웃으며 친한 척 등이라도 두들겨볼 걸.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전혀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해야했다고 후회를 해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쿠니미는 전혀 자신답지 않은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렇게나 불쾌하고도 오묘하다.

 

  또 미닫이 문이 열리고 남녀 한 쌍이 운동화를 구겨 신는 게 보였다. 닫히는 문 뒤로 오오오, 하는 짜증나는 환호성을 지르는 동기들의 얼굴이 보였다. 휘파람을 부는 소리에 여자아이가 공중에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말뿐인 위협을 가했다. 죽는다 너네! 요란스러운 소리에 쿠니미도 고개를 돌렸다.

 

  “카게야마 군, 정신 차려!”

  “나 괜찮은데에…”

 

  말꼬리를 쭉쭉 늘리는 카게야마를 힘들게 들쳐 맨 여자 과대, 쿠니미의 표정이 삽시간에 구겨졌다.

 

  “어, 쿠니미 형이다.”

  “응응, 쿠니미 오빠야.”

  “쿠니미 형!”

 

  카게야마는 용케도 구석에 앉아있던 쿠니미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제대로 취한 모양이네, 보아하니 주량도 제대로 모르고 족족 받아 마셨겠지, 쿠니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카게야마 많이 취했나보네.”

  “네, 그래서 바람 좀 쏘이게 하려,”

  “무거워서 힘들 텐데, 내가 데리고 있다 들어갈게.”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반대쪽 팔을 어깨에 들쳐 메며 여자아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네? 그치만 오빠 불편하,”

  “괜찮아.”

 

  생각지도 못한 쿠니미의 반응에 놀라 어설프게 변명을 했지만 쿠니미는 그마저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카게야마에게 MT에 대해 집요하게 물으며 긍정의 답을 받아내려고 하는 행동에서 진작 눈치를 채야했다. 그저 과대의 본분을 열심히 행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카게야마를 노리고 있을 줄이야. 기분이 착 가라앉은 쿠니미는 자신도 모르게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날이 서있는 쿠니미의 눈빛에 놀란 아이는 눈에 띄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 왜 혼자 들어와? 방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오늘 이후로 과에서 자신에 대한 평은 나빠지리라 예상했지만 쿠니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이미 온통 한 곳에만 온전히 쏠려있었기에 관심없는 여론까지 염두에 둘 여유가 없었다.

 

  “…카게야마 너 용케도 내 이름을 알고 있었구나. 과 행사에 거의 안 나갔는데.”

 

  조금 기뻐졌다. 내 이름도, 얼굴도 확실히 알고 있어주었구나. 술에 취한 와중에도 카게야마는 자신을 알아봐주었다.

 

  “카게야마 아니에요!”

  “…너 카게야마 맞는데?”

 

  정말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건가. 카게야마가 얼마나 취했는지 가늠해보는 쿠니미에게 카게야마가 꼬인 목소리로 의기양양하게 소리를 질렀다.

 

  “토비오짱이에요!”

  “…풉.”

 

  쿠니미는 끅끅거리며 카게야마의 머리를 가만히 쓸어주었다. 나란히 서보니 자신보다 조금 작아서 쓸어주기 편했다. 제대로 취한 모양이다. 내일이면 필름도 끊길 것 같은데. 그러니 이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웃었다!”

  “너 취하면 텐션이 올라가는 모양이네.”

  “안 취했다니까요!”

  “그래, 알았어.”

 

  쿠니미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로 의자를 끌어와 카게야마를 앉혔다. 카게야마는 꽤 고분고분하게 쿠니미의 손길에 따랐다. 의자에 앉고는 아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길이 기분 좋았던 모양인지 쿠니미의 손을 끌어와 자신의 머리에 턱 올리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스스로 쓰다듬는건가, 술기운에 귀여워진 그 행동에 쿠니미가 가만히 웃으며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주었다.

 

  “형 아라요.”

  “나도 너 알아.”

  “나도 형 알아요!”

 

  카게야마는 횡설수설하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까 지하철에서도 막 저기 멀리 가있구 막, 수업시간에도 매앤날 뒤에 가있구!”

  “맞아, 어떻게 알았어?”

  “당연히 알지이! 그게 막 뚜캉, 해서 푸아악…”

 

  아까 여자아이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알아 들을 수 없는 의미 없는 이야기 뿐이였지만 그 아이와 다르게 카게야마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쳐주기도 하고, 이따금씩 볼을 쓸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고양이처럼 손길을 가만히 느끼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뚜캉, 이라니. 너 글 쓸 때는 그런 표현 안 쓰잖아. 잘만 쓰더니.”

  “으으, 으으, 말을 하려고 하면, 그런 거, 기억이 하나도 안 나.”

 

  다채로운 표현의 글은 잘만 척척 써내려 가면서 막상 교수님이 자신의 글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이상한 표현으로 얼버무려버리던 카게야마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처음에는 장난치는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가니까 그것마저도 좋았더랬지. 네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으니까.

 

  “나, 너랑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건 처음이네.”

 

  영영 못 해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심한 뒷말은 꿀꺽 눌러 삼켰다.

 

  “…좋다.”

 

  앞뒤를 모두 빼먹고 얼버무리며 말했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 잊을 사람에게 고백하지 않으리라는 자존심인지 아니면 차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쿠니미는 진지한 본심을 꽁꽁 숨겨두었다. 카게야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해주었다.

 

  평소답지 않은 너의 높은 텐션이 새롭고도 재미있다. 덕분에 나도 평소답지 않는 표정과 태도로 너를 대하고 있다. 너는 술에 취해, 나는 너에게 취해, 왁자지껄한 타인들을 떠나 둘 만의 세계에서 꿈을 거니는 듯 한 몽롱한 즐거움에 빠졌다.

 

  “별 예쁘다.”

 

  카게야마가 갑자기 난간에 기대에 몸을 쭉 빼더니 별을 보고 중얼거렸다. 위험할 것 같아서 뒤에서 몸을 잡아주며 쿠니미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응, 예쁘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용기를 내보았다.

 

  “그런데 네가 더 예뻐.”

 

  볼에 살포시 입술이 앉았다가 떨어졌다. 네가 놀란 눈으로 뒤돌아보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일이면 까마득하게 잊혀질 한여름 밤의 꿈이니.

 

  적어도 너에게는.